지난 주말 서울 등 중부지방에 올겨울 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리면서 볕이 잘 들지 않는 이면도로와 골목길이 꽁꽁 얼어붙었다. 이 길들은 겨우내 녹지 않는다. 오토바이로 생업을 유지하는 이들에겐 이제부터가 혹독한 ‘진짜 겨울’이다.
눈이 오면 처리할 수 있는 일감이 절반으로 준다. 하루 10만원에서 5만원 이하로 벌이도 뚝 떨어진다. ‘퀵서비스’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기동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. 평소엔 서울 시내를 시속 80~100㎞로 내달리지만, 눈이 오면 시속 30~40㎞가 고작이다. 두껍게 껴입은 옷 때문에 몸도 둔해진다.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4~5층을, 평소엔 서류박스 세 개를 들고 한 번에 올라가지만, 이런 날은 나눠서 두세 번 오르내려야 한다. 이런 날은 되도록 전자제품 배달은 피한다.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을 싣고 가다 혹시라도 빙판길에 미끄러지면 파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. 김씨는 “2년 전에 동료 기사 한 명이 스마트폰 10개를 싣고 가다 눈길에 미끄러져 다 파손됐는데, 600만원을 물어냈다”고 말했다.
제설제로 뿌리는 염화칼슘도 오토바이 운전자들에게는 빙판길 못지않은 공포의 대상이다. 해가 떨어지면 염화칼슘이 땅에 얼어붙어 오토바이를 흔든다. 김씨는 “차라리 비가 내려 염화칼슘이 씻겨 나가길 바란다”고 말했다. 눈 오는 날, 김씨처럼 안경 낀 퀵서비스 기사들에겐 터널마저 ‘난코스’가 된다. 공기가 차가운 터널 바깥에서 차량들의 열기로 후끈한 터널 안으로 들어서면 안경에 김이 서리기 때문이다. 시야가 뿌연 채로 달리다 코앞에 자동차가 있는 걸 뒤늦게 깨닫고 급히 피하려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.
잔부상도 입는다. 경기도 파주시 문산우체국의 24년차 집배원 정창수(52)씨는 매일 금곡리·웅담리·직천리 110㎞ 구간을 오가며 하루 1천여가구에 우편물 1200여통, 등기 50여개, 택배 30여개를 배달한다. 하루 3천여가구에 배달하는 도시보다 근무 여건이 나은 편이지만 겨울 빙판길은 더 위협적이다. 폭설이 내린 지난 21일 정씨 오토바이가 살짝 미끄러졌다. 중심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다 등근육이 뭉쳤다. 2주 전에는 빙판길에서 오토바이째 넘어져 손바닥과 무릎, 팔꿈치에 멍이 들었다. 비포장도로인 시골 빙판길을 바짝 긴장한 채 달리다 보니 어깨저림과 허리통증은 필수다. 정씨는 지난 18일 강원도 화천군에서 집배원 한 명이 중앙선을 침범한 1톤 트럭에 치여 숨진 뒤 신경이 곤두서 있다. 그는 “아침에 우체국을 나설 때마다 동료들과 ‘오늘도 안전하게 귀국(우체국으로 돌아옴)하자’고 격려하지만 ‘나도 언제든 그렇게 될 수 있다’는 생각에 긴장이 풀리질 않는다”고 말했다.
뾰족한 대책은 없다. 지난해 2월 아내와 사별하고 다섯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 김길주씨의 눈길 오토바이 운전 철칙은 ‘안전 또 안전’이다. 여차하면 바닥을 발로 디딜 수 있도록 항상 두 다리를 양쪽으로 내린 채 서행한다. 차선 사이로 곡예운전하지 않고, 한 차선을 통째 차지하고 달리는 것도 김씨의 빙판길 철칙이다.
정창수씨는 얼마 전 “배달하기 어려운 곳은 배달 중지하고 돌아오라”는 우정사업본부장이 집배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받았다. 처음 있는 일이다. 하지만 배달하지 못한 물량은 다음날 배달 물량에 추가되기 때문에 마냥 미룰 순 없다. 미끄럼 방지용 스프레이 체인을 바퀴에 뿌린다. 정씨에게 그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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WRITTEN BY
- 김길주
다섯아이들의 아빠입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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